작년에 e-잉크 기반의 전자책 단말기인 아마존의 킨들(Kindle)과 소니의 PRS가 출시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오랫동안의 정체기를 걷던 디지털출판산업이 향후 1~2년 내에 큰 도약의 발판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PC월드의 기사(6/12)를 보면 “시장에 출시된 지 1년도 안된 Kindle과 Kindle2가 지금까지 약 75만대 가량 판매되었으며 최근 출시된 Kindle DX는 이미 재고가 모두 바닥난 상태” 라고 전하고 있다. 소니 PRS는 킨들에 비해 무선 네트웍크 장치도 없고 기능 면에서도 다소 부족하지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약4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지털콘텐츠 단말기의 인기와 수요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미국의 출판 전문가들은 킨들이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출판시장에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으나, 최근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의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미국 내에 2009년 1분기 전자책 도매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28% 성장한 것을 보면서 디지털 단말기가 향후 몇 년 내에 출판산업과 더불어 신문산업과 교육산업 전반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출판산업의 불황과 더불어 북토피아 사태 등으로 인해서 아직까지 전자책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만연해 있었으나, 그 동안 도서관 등 B2B 시장을 중심으로 북토피아, 교보 등 일부 업체가 전자책 산업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SKT, 조선일보,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북센 등이 새롭게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었고, 국내 중견 단말기 업체인 네오럭스가 6월에 누트(Nutt)2를 출시하고 최근 삼성전자에서 e-잉크 기반의 단말기인 SNE50K를 선 보임으로써 B2B 시장 뿐만 아니라 B2C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자책 단말기의 현황과 문제점
지난 6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e-잉크 단말기인 누트가 공식적으로 판매되면서 큰 기대 속에 인터넷을 통해 1대(29만9천원)를 구매해서 디자인과 스펙을 검토하고 몇몇 기능을 테스트를 해 보았다. 사실 국내 중소기업이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한 자체만으로도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제품의 디자인도 투박하고 단말기 무게도 300g이 넘는데다가 설치된 소프트웨어의 기능도 매우 불편해서 지난 1년 동안 Kindle, PRS, BeBook, iPod Touch 등 해외에서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해 보고 테스트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한마디로 너무 실망스러웠다. 사실 누트는 SKT에서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전자책 사업 진출을 위해서 초기 적용을 염두 해 두었던 단말기였으나 SKT도 이 단말기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컸던지 제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6월에 사업 개시를 공헌했던 SKT의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출시된 삼성의 SNE50K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으며, 삼성과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는 교보문고에 따르면 자체적인 기능 테스트와 선호도 조사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고 한다. 지난 3월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빗(CeBIT) 전시회에서 처음 선 보인 SNE50K의 경우 삼성의 브랜드 파워 때문인지 전시회에 참가했던 많은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취재했으며, 그 중에 전산기기 관련 전문사이트인 ‘Engadget’에서는 “5인치 포켓 사이즈의 크기에 터치 스크린 가능이 있는 512MB 메모리 용량의 단말기” 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몇몇 인터넷 사이트와 디지털출판 전문가 블로그 등에서는 기존 경쟁 상품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전자책 단말기로서의 하드웨어 성능이 좀 부족하고 특히 콘텐츠를 저장하는 메모리 용량이 미약하고 추가 메모리를 위한 SD카드 슬롯조차 없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전자책 관련 소프트웨어(Viewer/DRM)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상세한 평가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7월에 출시되는 이번 1차 버전의 제품에 대해서는 삼성 자체적으로도 전자책 기능은 있지만 전자 Note-Pad 기능 중심의 단말기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 출시되는 2차 버전은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누트와 SNE50K에 이어 또 하나의 e-잉크 단말기인 옴니북(OmniBook)이 곧 출시하기 위해서 준비 중으로 지방에서 학원사업을 경영하는 회사의 계열사인 서전미디어텍이 개발했다. 옴니북이 다른 제품에 비해 특이할 만 것은 대부분의 e-잉크 단말기 운영시스템이 리눅스(Linux) 기반이지만 이 제품은 윈도우CE 기반의 단말기라는 것이며 터치 스크린, Wi-Fi 무선 네트워크, 텍스트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TTS 등 다양한 기능과 편리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테스트한 결과 제품 완성도가 시제품이라기 보다는 실험 제품 정도로 전체적인 단말기의 스펙이 확정되지 않았고 시스템이 아직 불안정하고 출시될 예상 가격도 35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시장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위의 국내에서 개발 출시되는 단말기들이 실제로 상용화되어 정상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5만대 정도의 수요가 있어야 경제성이 있고 생산라인이나 A/S망을 구축할 수 있는데 삼성을 제외하고 네오럭스와 서전미디어 등과 같은 중소기업체들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대기업들과의 제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그들 조차도 아직 국내 수요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위의 몇 가지 국내 제품 이외에 해외 단말기라 할지라도 전자책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 제품들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킨들은 아마존의 전용단말기이며 현재 미국 스프린드(Sprint)사의 3G 이동통신을 통해 자국 내에서 만 서비스되고 국내 콘텐츠 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단말기 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소니 PRS는 현재 한글이 지원될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하고 공식적으로 한국 내에서 판매 계획이 없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며, Bebook, Cooler 등 일부 한글이 지원되는 단말기가 있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게는 친근한 브랜드가 아니어서 국내에 진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혁신적이고 가격이 저렴한 국내외 단말기 제품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e-잉크 기반의 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국내 디지털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 상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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